농업기술뉴스

<<칼럼 - 절망을 딛고 희망을!(전라남도농업기술원 류인섭원장)

작성자
기술공보
작성일
2003-10-04 00:00
조회
1085
첨부파일
본 칼럼은 광주타임스 2003년 9월 23일자<화요세평>에 실렸던 글입니다



절망을 딛고 희망을!


폭우를 동반한 사상 유래없는 태풍‘매미’가 남부해안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많은 인명피해
를 내면서 바다의 어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농작물은 떨어지고, 넘어지고, 망가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번 태풍 매미가 남긴 크고 작은 인적 물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순간에 일년농사
가 물거품이 되어 큰 상처를 입은 농심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또 무엇으로 어떻게 환산할 수 있겠는
가?

우리나라는 매년 8~9월에 2~3개정도의 태풍이 찾아오는데 2001년부터 태풍위원회 회원국 중 싱
가포르를 제외한 한국, 북한, 홍콩, 일본 등 아시아권 14개 나라에서 제출한 이름을 발생 순서에 따
라 명명하고 있다. 이번에 극심한 피해를 입혔던 태풍‘매미’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에서 지은 이름이
다.

금년 기상은 작물을 재배하며 생을 유지하는 농업인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웠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벼 생육기간인 지난 5월부터 9월 15일까지 138일 동안 평균 1.9일마다 비가 내려 강우일수가 72일이
고 1일평균 일조시간은 평년의 6.1시간에 비해 3.9시간으로 턱없이 적었다. 뙤약볕을 받으며 곡식이
알알이 영글어 갈 계절에 잦은 비로 벼농사는 물론 과실도 일조량이 부족해 당도가 떨어지는데다 병
해충까지 번져 풍년을 꿈꾸던 농업인들은 시름만 더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자유무역협상이 결론에 접근하지 못하고 폐막되었다. 그러
나 앞으로 보다 거세질 수밖에 없는 농산물 개방압력 등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내우외환의 골은 너무
깊고 멀다. 경쟁상대국보다 땅값과 인건비가 몇배씩이나 높은 우리나라 농업은 가격경쟁력만 가지고
본다면 자유무역체제 하에서 활로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성급
한 패배주의에 편승해서 농업을 쉽게 포기해버리는 일이다. 농업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의 생명산업이자 환경산업이며 농업을 포기하고 선진국으로 번창한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선진
국은 도시와 농촌이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번영하고 균형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과거 소
(牛)시장이 개방되면 한우산업은 망한다며 너도나도 암소를 도태시키고 소 키우기를 포기한 때가 있
었으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 값에도 불구하고 한우산업은 여전히 살아남지 않았는가? 품질과 유통
으로 차별화해서 국내외 틈새시장을 개척해 가는 선도적 농가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오히려 높
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같이 세계농업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해 나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일구어 성공한 농업인들이 우리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민족의 특징은 은근과 끈기이다. 바다와 대륙의 세력이 맞부딪치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살면서도 반만년동안 단일민족의 전통을 유지해 온 것은 바로 우리민족의 끈기였으며 우리는 이런 민
족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농업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지루했던 장마도 사상 최대의
피해를 입힌 태풍도 지나갔으나 우리앞에는 이러한 피해복구에 따른 많은 자금과 국민적인 노력이 요
구되고 있다.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며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개척한 사람이나 민족만이 승자(勝者)
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련들은 우리를 한 단계 높은 체질
로 단련시켜 또다른 위기에 대응토록 하려는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자. 농심이란 무엇인가? 땅을 갈
아 씨뿌리고 정성껏 가꾸어서 열매맺기를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고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
기를 기다리며 뿌린대로 거두는 삶의 철학이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주름진 농업인의 얼굴
이요 삶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 참담한 현실 앞에 마냥 주저앉아 절망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현실
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선조들이 몸소 보여준 농심을 되새기며 인내와 정성으로 극복해 내고 스스
로 힘써 자생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농업의 밝은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
지자. 서로 손 붙잡고 다독이며 힘차게 일어서자. 절망을 딛고 희망을 얘기하자. 삶의 찬가를 부르자.


2003.9

전라남도농업기술원장 류인섭
만족도 평가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사용편의성에 만족하십니까?